🟦 구조냐, 행동이냐를 넘어서 – 조직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조직이라는 존재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협동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산물 중 하나이다.
인간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공동의 틀 안에서 실행하기 위해 만든 조직은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구조물이 아니며, 그 안에는 수많은 이해관계, 인간의 감정, 상호작용, 갈등과 협력이 교차한다.
이와 같은 조직의 복합성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학문적 노력 속에서, 조직이론과 조직행태론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해석해왔다.
우선 조직이론(organizational theory)은 조직의 구조적 측면, 즉 권한과 책임, 위계질서, 업무의 분화와 통제 메커니즘 등에 주목해왔다. 이러한 관점은 막스 베버(Max Weber)가 제시한 이상적인 조직은 엄격한 규칙과 계층화된 권력 구조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 관료제 이론에서 잘 드러나며, 이후 페이욜(Henri Fayol), 귤릭(Luther Gulick) 등 행정관리학파는 조직 운영의 원칙을 정립하며, 조직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과학적 방법’을 제시하였다. 조직이론이 발전해오면서 명확하고 체계적인 설명력을 제공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인간의 동기나 비공식적 행동을 간과한다는 비판 또한 받아왔다.
조직이론과는 달리 조직행태론(organizational behavior theory)은 조직 내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은 감정과 욕구를 지닌 존재이며, 그들의 태도, 인식, 행동은 규칙이나 구조만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조직 행태론(행동론)의 인간 중심적 접근은 1920~30년대 호손실험을 기점으로 확대되었으며, 개인과 집단, 리더십과 동기부여, 커뮤니케이션과 조직문화 등 조직 내 인간 행동 전반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조직행태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조직을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바라보며, 구성원의 심리와 상호작용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해석한다는 점에 있다
조직이론과 조직행태론의 차이를 방법론의 차이로만 이해해서는 안되는데, 왜냐하면 조직이라는 복합체를 해석하는 방식, 나아가 공공행정과 조직 운영의 철학에 대한 근본적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두 이론의 주요 차이를 구조적으로 비교하고, 공공조직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분석하며, 궁극적으로 이 둘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1. 조직이론: 질서와 구조로 조직을 설명하다
조직이론은 조직이라는 존재를 구조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다. 가장 대표적인 이론가인 막스 베버는 조직이 합리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명확한 규칙과 위계질서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의 대표적인 이론인 관료제 이론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
- 위계적 구조: 상명하복의 질서
- 규칙 중심의 운영: 감정보다는 규범에 따른 결정
- 문서화와 절차화: 표준화된 업무 처리 방식
- 전문화: 각 부서의 기능적 분화
이후 페이욜과 귤릭은 ‘계획-조직-지휘-조정-통제(POCCC)’ 혹은 ‘POSDCORB’ 등으로 조직의 관리 기능을 정리하였다. 이들은 조직을 기계처럼 간주하고,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원리를 찾는 데 주력하였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조직 설계나 행정 제도 개선, 공공부문의 구조 개혁 등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이론은 인간의 심리, 동기, 갈등, 창의성과 같은 요소를 고려하지 못했고, 규범 중심의 설계는 구성원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약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2. 조직행태론: 인간의 행동을 통해 조직을 이해하다
앞서 이야기 한것 처럼 조직행태론은 조직 내 인간을 분석의 중심에 둔다. 이 관점은 1924~1932년 미국 시카고의 호손 공장에서 실시된 호손실험(Hawthorne Studies)을 계기로 본격화되었고, 메이요(Elton Mayo)와 로슬리스버거(F.J. Roethlisberger)는 실험 결과, 작업 조건보다는 ‘감정적 관심’과 ‘비공식적 관계’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본격화 되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조직은 구조물이 아니라, 감정을 지닌 인간들이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체계라는 점을 밝혔다.
조직행태론은 다음과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 개인 차원의 분석: 성격, 동기, 직무만족 등
- 집단 차원의 분석: 집단역학, 팀워크, 리더십
- 조직 차원의 분석: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변화관리
이론적으로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 허츠버그의 이요인이론, 맥그리거의 X·Y이론 등이 조직행태론의 근간을 형성한다. 현대에는 조직문화 이론, 감정노동, 다양성과 포용성, 조직시민행동(OCB) 등으로 그 분석 대상이 확대되었다.
조직행태론은 인간 중심적이기에 실천적 적용이 용이하며,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감수성이 높다. 그러나 구조적 설계나 제도 개선에 대한 처방은 약한 편이다.
3. 조직이론 vs 조직행태론: 구조와 행동의 대비
구분 | 조직이론 | 조직행태론 |
분석단위 | 조직 전체(구조) | 개인, 집단, 조직 내부 행동 |
주요관심 | 효율성, 규칙, 분업 | 동기, 만족, 리더십, 문화 |
대표학자 | 막스 베버, 귤릭 | 메이요, 매슬로우, 맥그리거 |
접근방법 | 규범적, 설계 중심 | 실증적, 경험 중심 |
한계점 | 인간심리 미고려 | 제도설계 취약 |
이처럼 두 이론은 서로 보완적이며, 조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4. 공공조직에서의 통합적 시사점
현대 행정환경은 불확실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복잡계이다. 따라서 공공조직은 구조적 안정성과 유연한 인간중심 운영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조직 개편에서는 기능적 분업과 예산 배분은 조직이론의 영향을 받고, 공무원 역량 개발과 조직문화 혁신은 조직행태론의 적용을 받게 된다. 또한, 전자정부나 스마트워크 조직 운영에서는 디지털 인프라의 설계(조직이론)와 구성원의 수용도, 저항, 학습(조직행태론)이 함께 고려된다.
🟥 조직의 진화
조직이론과 조직행태론은 조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서로 상반된 듯하지만, 실제로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룬다. 전자는 조직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데 유리하며, 후자는 조직 구성원의 ‘행동’과 ‘정서’를 이해하고 조직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리를 제공한다.
오늘날 공공조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빠르게 변화하는 정책 환경, 내부 구성원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고,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기계적 구조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환경 속에서 단일한 조직관만으로는 효과적인 조직 운영이 불가능하다.
공공조직이 신뢰받고 지속가능한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이론이 제시하는 체계성과 제도적 틀 위에, 조직행태론이 강조하는 인간중심적 사고와 상호작용의 역동성이 더해져야 한다. 즉, 구조와 행동을 모두 이해하고 통합하는 ‘입체적 조직관리’가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조직은 건물이 아닌 사람의 결합이다.
아무리 정교한 구조라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며,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있어도 제도와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는 지속되지 않는다.
조직이론과 조직행태론, 두 학문은 이제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조직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두 시선이 만나는 지점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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