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어떤 만남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고, 또 어떤 만남은 우리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런 만남들이 대부분 우리의 계획과 상관없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인연이다.
그러나 그 인연이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하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노력이 따라붙는다.
쉽게 말해, 운명이 만남을 가져다줄 수는 있어도 관계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먼저, 만남이라는 인연은 어쩌면 참 신비롭다. 길을 걷다 우연히 부딪힌 사람, 소개팅에서 마주 앉은 사람, 심지어 카페에서 주문을 잘못 받아준 바리스타까지. 이 모든 만남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작용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때로는 운명이지만, 그 운명을 더 큰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운명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복권을 사지 않고 당첨을 바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노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인간관계에서 노력은 일종의 연료와 같다. 아무리 좋은 차도 기름이 없으면 멈추는 것처럼, 관계도 정성과 관심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식어버린다.
심리학자 존 고트맨(John Gottman)에 따르면, 건강한 관계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부정적인 상호작용보다 훨씬 많아야 유지된다고 한다. 즉, 좋은 말을 열 번은 해야 화 한 번을 겨우 무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내가 말 안 해도 네가 알겠지?"라는 태도는 관계의 적신호나 다름없다.
노력은 어색한 미소로 시작할 수도 있고, 작은 배려 한 번으로 시작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단순히 "밥 한 번 먹자"는 말로 끝나선 안 된다. 정말로 약속을 잡고, 밥을 먹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데까지 가야 한다.
연인 관계도 마찬가지다. 첫눈에 반한 감정은 분명 특별하지만, 그 감정을 오래 유지하려면 함께 성장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너와 함께라면 굶어도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처음 며칠 정도다. 그 이후에는 배도 고프고, 적금도 신경 써야 한다.
이 이야기는 비단 개인적인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나 직장 내 인간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좋은 동료 관계를 원한다면 단순히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소통과 신뢰가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 내에서 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력이 없는 관계는 껍데기일 뿐이다. 겉으론 끈끈해 보여도 어느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노력까지 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노력은 고달플 때도 있지만, 관계를 통해 얻는 행복과 위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한 번 상상해 보라. 힘든 날, 친구와 나눈 커피 한 잔, 혹은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경험은 말 그대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다. 노력이 없으면 이런 순간도 없다.
"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지만, 그 만남을 진정한 관계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인연은 우리 삶에 마치 우편물처럼 배달되지만, 그 우편물을 뜯어보고 마음속에 간직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노력은 어쩌면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관계를 통해 얻는 행복과 의미는 그 귀찮음을 충분히 상쇄한다.
그러니 오늘부터 조금 더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친구에게 연락 한 통 해보기, 가족에게 작은 감사의 말을 전하기, 혹은 동료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 건네기.
이 작은 행동들이 쌓여 결국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든다. 그렇게 인연이라는 선물이 노력이라는 정성으로 포장될 때, 우리의 삶은 더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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