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은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여기는 만남의 순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오는 일, 그 자체가 얼마나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시인은 담담한 언어로 전한다. 사람은 단순히 외형적 모습만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다. 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얽혀 있는 존재로서, 일생의 이야기를 담고 우리 곁에 온다.
이 시의 첫 구절인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는 매우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군가가 온다는 것은 단지 한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는 일이 아니라, 그의 존재 전체와 마주하는 일이다. 그의 과거는 지금의 그를 만들어 낸 역사이며, 현재는 그가 지금 여기에서 서 있는 모습이다. 더 나아가 그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 함께 가지고 온다. 한 사람과 만나는 것은 그의 모든 시간과 경험,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만나는 것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시인은 사람의 마음을 “부서지기 쉬운” 존재로 표현한다.
이 구절은 인간의 연약함과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모두는 상처받기 쉽고, 실제로 상처받았던 흔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우리의 삶과 현재에 흔적을 남긴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종종 상대방의 외형적 모습에만 주목한다. 하지만 정현종 시인은 그러한 겉모습 뒤에 감춰진 마음의 연약함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보아야 함을 강조한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타인을 진정으로 환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여기에서 바람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환대의 본질을 보여준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감싸며 지나간다. 그것은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스며드는 존재다. 시인은 우리도 바람처럼 타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느끼고, 그 연약함과 상처를 감싸 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배려를 넘어선 진정한 환대의 모습이다.
일생을 품고 온 사람
누군가가 온다는 것은, 그저 현재의 그를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과거의 역사, 현재의 고민과 상태,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까지 온전히 마주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종종 그의 외형과 지금의 모습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과 그가 품은 내면의 이야기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존재를 제대로 만난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점점 더 가볍고 피상적으로 만들고 있다.
디지털 소통과 비대면 만남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점점 상대방의 진정한 모습이나 그의 보이지 않는 깊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그러나 정현종 시인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 다시금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누군가를 온전히 환대하고 있는가? 그의 일생이 함께 왔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은 단지 그 순간의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삶 전체를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상처와 기쁨을 함께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 환대의 태도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가 아닐까.
정현종의 시 「방문객」은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 얼마나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했다.
그저 외형적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는지, 그가 품고 있는 "무엇"을 무심히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누군가가 우리 곁에 올 때, 우리는 그의 일생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만남은 단순히 우연한 사건이 아닌, 인생의 경이로운 순간으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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