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인간의 행위와 사회의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행위가 어떤 원리와 목적에 따라 결정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사회의 현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한다. 그러나 인간의 행위와 사회의 현상은 복잡하고 다양하며, 때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각기 다른 관점과 가정을 바탕으로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해석하려고 한다. 이러한 관점과 가정의 차이는 경제학의 다양한 학파와 이론을 낳게 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학파의 차이는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견해의 차이이다.
시장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고, 경쟁과 교환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사회복지를 달성하는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고, 정부는 시장의 실패와 불완전함을 보완하고, 공공재와 공공성을 제공하며,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정을 해소하는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과 정부의 역할과 관계는 단순하고 명확하지 않다.
시장과 정부는 서로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갈등하고 경쟁한다.
이런 시장과 정부의 손의 역할과 특성을 설명하고자 하는 세 가지 대표적인 입장이 있는데, 바로 보이지 않는 손, 도와주는 손, 자기 몫 챙기는 손이다.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 : 시장의 지혜와 자율성
보이지 않는 손이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가 제시한 개념이다. 아담 스미스는 1776년에 출간한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그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시장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정해주는 것처럼 사회의 이익도 함께 증진된다고 주장하였다.
즉, 시장은 자율적이고 자기조정적인 메커니즘이며,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효율성과 자유를 저해한다고 생각하였다.
보이지 않는 손을 믿는 이들은 시장의 지혜와 자율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들은 시장이 자연스럽게 균형과 효율을 찾아가고, 개인의 선택과 경쟁이 사회의 복지를 증대시킨다고 믿는다. 이들은 시카고학파, 신자유주의, 보수주의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며, 작은 정부, 민영화, 시장원리 도입, 투명한 지배구조, 재산권 확립 등을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실패를 악화시키고, 정부의 실패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도와주는 손 (helping hand) : 정부의 책임과 개입
도와주는 손이란 20세기 전반에 등장한 케인즈 혁명의 결과물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1936년에 출간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대공황이라는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에 대한 과신이었다고 지적하였다.
즉, 시장은 자연스럽게 균형과 효율을 찾아가지 못하고,
개인의 선택과 경쟁이 사회의 복지를 저해한다고 비판하였다.
도와주는 손을 믿는 이들은 정부의 책임과 개입을 강조하고,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들은 시장의 실패와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개선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케인즈학파, 자유주의, 진보주의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며, 조세, 재정지출, 통화조절, 산업정책 등을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정부의 성공을 달성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몫 챙기는 손 (grabbing hand) : 정부의 이익과 실패
자기 몫 챙기는 손이란 199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시각이다. 앤드레이 쉴레이퍼와 로버트 비시니는 1998년에 출간한 《자기 몫 챙기는 손》에서 정부의 실패를 분석하였다. 그들은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려는 도와주는 손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자기 몫 챙기는 손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정부는 사회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과 집단의 로비에 좌우되는 정치적인 존재라고 지적하였다.
자기 몫 챙기는 손을 믿는 이들은 정부의 이익과 실패를 강조하고, 정부의 역할을 재정의하고자 한다.
이들은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를 모두 인정하고,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저해한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신제도주의, 공공선택이론, 행정학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며, 정부의 효율성, 책임성, 투명성, 참여성 등을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의 개입이 정부의 실패를 악화시키고, 정부의 실패를 방지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손, 도와주는 손, 자기 몫 챙기는 손이라는 세 가지 입장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이들은 시장과 정부의 역할과 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이론들이 절대적이고 완벽한 것은 아니며, 상황과 조건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하고 수정해야 하는 이론이다.
시장과 정부는 항상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그들의 손도 항상 새로운 도전과 과제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 가지 입장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입장을 이해하고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시장과 정부의 손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경제학의 본질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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