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진실 위에 세워진다.
정치권의 판단과 시민의 결정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 진실은 점점 더 정치적 도구로 소비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를 둘러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진실이 얼마나 편향적으로 다뤄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현실은 고사성어 ‘아전인수(我田引水)’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진실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정치적 태도는 단지 정쟁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아전인수란 본래 ‘내 논에 물을 끌어다 대는 것’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안이든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거나 이용하는 태도를 말한다.
최근 여야 정치권이 보여준 태도는 이 사자성어의 의미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여당은 탄핵 논의를 정치적 공작이자 국정 운영 방해로 규정하고, 야당은 이를 헌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정의로운 저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하나를 두고 두 가지의 상반된 해석이 존재하는 상황은, 정치가 진실을 수호하는 장이 아니라 진실을 구성하는 전쟁터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하나 주목할 사자성어는 '견강부회(牽強附會)'이다.
이는 본래 말이 되지 않는 논리라도 억지로 끌어다 붙여 해석하는 것을 뜻하는데, 오늘날 정치권은 자신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실과 논리를 왜곡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헌법과 법률은 분명하게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정파는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탄핵의 명분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려 한다. 이는 정치적 공론장이 아니라, ‘정치적 견강부회’의 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처럼 자의적이고 이기적인 정치 논리의 이면에는 ‘내로남불’식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 정부 시절 탄핵을 반대하던 정치인이 현재는 탄핵을 적극 주장하고, 반대로 당시 탄핵을 주장하던 인물이 지금은 대통령을 두둔한다.
이러한 이중잣대는 정치적 원칙이나 일관성이 아니라, 권력의 위치에 따른 주장만이 반복되는 한국 정치의 위선적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정치인들의 태도 변화가 논리나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닌, 철저한 정치적 유불리에 기초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정치인의 말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야당의 탄핵 추진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비유도 가능하다.
사마귀가 거대한 수레를 막으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이 말은, 현실적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시도를 뜻한다.
탄핵이 헌법적으로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탄핵 시도가 실현 가능한 전략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정치적 명분만 앞세운 채 실질적 추진력이 부족한 행동은 스스로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
반대로 여당 내부에서 감지되는 일부 이탈 조짐은 ‘이합집산(離合集散)’이라는 사자성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상황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정치 권력의 속성을 나타낸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치 세력들이 득표를 위한 전략적 재편을 시도하는 현상은, 정치가 공공성과 원칙보다는 개인적·정략적 셈법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낳게 만든다.
이러한 정치권의 문제는 시민사회와 언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시민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반대되는 사실은 무시하거나 왜곡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 이러한 왜곡은확증편향과 정치적 진영논리를 강화시키며, 민주주의의 핵심인 비판적 사고와 공론의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언론 역시 정치적 입장에 따라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으며, 진실 대신 프레임 전쟁을 유도한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논쟁은 정치 이슈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진실이 어떻게 소비되고, 왜곡되며, 정치의 도구로 사용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되어 버렸다.
‘아전인수’, ‘견강부회’, ‘내로남불’, ‘당랑거철’, ‘이합집산’으로 요약되는 정치권의 언행은 민주주의의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는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로 사실을 직시하고, 시민이 진영을 넘어서 진실을 향한 집단적 사고를 회복할 때다.
진실 없는 정치 속에서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없는 사회는 국민 모두에게 재앙이다.
사용된 주요단어 해석 정리
주요단어 | 한자 | 의미 |
아전인수 | 我田引水 | 자기 논에 물을 끌어들인다는 뜻으로, 자기에게만 이익이 되도록 해석하거나 행동함. |
견강부회 | 牽強附會 |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맞춤. 억지 논리. |
내로남불 |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 이중잣대, 자기 편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태도. |
당랑거철 | 螳螂拒轍 |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으려 한다는 뜻으로,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행동을 뜻함. |
이합집산 | 離合集散 | 이익에 따라 뭉치고 흩어짐. 정치적 연합과 분열의 반복을 비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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