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의 저서 "순간의 철학"은 일상 속 순간의 특별함과 존재의 의미를 다룬 작품이다. 저자는 시간을 단순히 흘러가는 과정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창조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것이 삶의 의미를 찾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첫눈 내리는 날 : 최초의 약속을 기억하는가? - 최초의 약속
"첫눈 내릴 때 거기에서 만나"
'첫눈'은 있어도 '첫비'라는 말은 없다.
을해도 연인들은 겨울 문덕 즈음 첫눈을 기다리며 그날 만날 장소를 약속해 놓을 것이다. 처음 우연히 마주쳤던 길거리, 연애를 시작할 때 만났던 카페, 싸우고 난 뒤 화해할 때 거닐었던 동네의 오래된 계단 앞, 도심 한가운데 큰 서점 앞일 수도 있다. 어떤 연인들은 함께 보았던 아름다운 숲이나 풍경 소리가 설경과 하나 되는 산사의 일주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할지도 모른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 이런 약속은 더 낭만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실시간 통신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연인들이 그해 미리 정해놓은 사랑의 약속만을 맹목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가, 첫눈이 내리는 그 순간 각자 하던 일을 즉시 멈추고 약속된 그들 만의 숲으로 떠나기도 했던 것이다. 왜 사람들은 비가 아니라 눈을 기다리는가. 왜 '첫 비'는 없는데 '첫눈은 있는가.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에 대해 잠시 잠겨본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되고, 선택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일상의 사소한 순간순간들에 집중하고, 그 순간들 속의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복합적인 시간 감각이 불연속면 단층처럼 혼재에 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순간', '시간'의 본질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영원은 찰나에 깃들어 있기도 하다."
라고 이야기 한다.
흔히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소홀히 여기지만, 진정한 삶은 현재의 순간 속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저자가 시간의 본질, 순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해 본다.
순간을 통해 우리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순간 속에서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삶을 예술 작품에 비유하곤 한다. 예술가가 붓과 물감을 사용하여 작품을 창조하듯이, 우리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하여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 묻혀 순간의 소중함을 간과하기 쉽다.
모든 순간이 유일무이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했을까
모든 죽음은 개별적이다. 가까운 이의 예상치 못한 부고를 전해 듣는 순간만큼이나 그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때가 있을까. 무슨 근거로 그동안 그를 '우리'라고 생각했을까. 그와 내가 공동의 존재 영역에 있다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죽음은 생의 시간이 각자의 몫일 뿐이라는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을 엄중하게 환기한다. 스스로 선택한, 어쩌면 강요당했을지도 모르는 죽음이 그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주는 참혹함은 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다르지 않다. 공유했던 시간이 있다고 믿었지만. 삶의 시간은 제각각 다른 시계침을 작동시키고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그제야 깨닫는다. 서로의 시간은 교집합일 수는 있지만 동치일 수는 없다. 영원한 시간에서 그와 나는 이 생애에 잠시 아주 부분적으로 교차했을 뿐이다.
설령 떠나간 그가 식구였다고 헤도 그렇다. 혈연적 유사성이 깃들었다고 한들 삶의 개별성은 각자의 몫으로 주어지고 생산된다. 시간을 만드는 것은 체험이지 피가 아니다. 물론 유사 공동 세계에 거주하는 식구는 공유하는 체험이 타인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쉽게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 나는 '한 뿌리'라고. 피의 친연성은 그리하여 체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한다. 그의 시간이 곧 나의 시간이 다, 그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러므로 그는 곧 나 다,라고,
순간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에 갇혀 현재를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순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래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함돈균의 "순간의 철학"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찾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일상 속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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