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서문을 꼭 읽어 보곤 합니다. 그때그때의 감정에 따라 고르는 책의 취향이 달라지기도 하고, 아침에 좋다고 생각되어서 구매했다가도 막상 저녁에 읽어보면 '이게 뭐지?'라고 생각되는 책도 있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고려해 보기도 하기도 하지만,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모두 취향에 맞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무작정 골라보는 편이기도 합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TV에서 소개되고, 광고도 많이 되었던 책이기도 하고, 현재도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합니다. 베스트셀러는 조금 시간을 두고 읽는 편이라 이제야 들여다보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40대도 아닌 사람이 읽기가 조금 그런가? 하는 생각이 앞서긴 했지만 마음은 40대인거 같아 그냥 무작정 읽어 봅니다.
마흔의 마음은 복잡하다.
인생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앞으로 펼쳐질 시간이 기대되기 보다
늘 그렇듯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벌써부터 웬만한 일은 익숙해져서 재미가 없고 시시하다.
20대와 30대를 지나 40대가 되게 되면 어느정도 사회생활에 익숙해지고 일도 익숙해지는 시점이 오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 순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해서 안 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시간을 조절하게 되고 여유를 갖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여유가 생기면 무언가 다른 일을 찾거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의 40대, 50대 분들이 많이들 보는 책들중의 하나는 철학서, 심리학서라고 합니다. 물론 이론서는 아닙니다. 해설서가 대부분이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나이 40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나이,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40이 아닌 50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연구하고, 소개하는 이론서는 아닙니다. 일종의 해설서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사고했을 것이다라고 하는 저자의 해석을 표현한 것들의 묶음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지난날 짧게나마 이것저것 철학에 대해 사고하고, 공부했던 시간을 돌아보게 되고, 쇼펜하우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마흔 이후부터는 인생에 대한 생각의 전환, 행복과 고통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일어난다.
쇼펜하우어처럼 행복을 위해 우리도
인생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지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 문구를 보면 젊은 청년들보다 40대 이후의 분들은 많은 공감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40대가 지난지 조금 되었지만 예전을 생각해보면, 40이라는 숫자의 시기가 되면 20과 30의 시기, 무모했던 용기와 함께 앞만 보고 달려갔던 그 기간을 잠시 곁에 두고, 삶의 휴식기를 가는 시기였던것 같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닌 무언가 조금은 내면화되고, 내재화 되는 시기였던것 같습니다.
우리는 삶을 이야기하면서 인생은 굴곡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때로는 듣기도 합니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10대의 시간과 20대 초반까지의 공부를 통해 20대 후반과 30대 그리고 40대 초반까지의 삶의 기반을 만들게 되는데, 40대가 되면 잠시 지나왔던 20여년을 점검하고, 되돌아보게 되고,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기간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는 시간인 것처럼 잠시의 휴식을 갖게 하는 겁니다.
물론 40대도 20대와 30대처럼 바쁘게 살아갑니다. 더 빠쁜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에 능숙해지고, 불필요한 일들을 안하게 되면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기 시작하게 된다는 점이 다른 점입니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는 풍부한 경험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시각이 필요하다. 현상을 판단하고 이해하고 자양분으로 만들 수 있는 성숙의 조건이 최소 40년이다. 청춘은 지혜롭지 못하지만 무모한 용기가 있다. 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인생의 쓴맛을 겪고 나면 시선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마흔 이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경험과 지식을 쌓고, 자기 통찰을 거듭해야 한다."
"누구나 내일이 오지 않길 한 번 이상은 원했다"
다양한 삶의 경험을 겪어오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을까?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나는 치열하게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왜 달라지는 게 없지?
더 이상 무언가를 해도, 더 많은 일을 하더라도 내 삶이 달라질까?
이런저런 신세한탄과, 투정이 있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을것 같습니다.
" 잘 살았더라면"
"더 건강했더라면"
"빛이 없었더라면"
후회 없는 삶은 없습니다.
얼마나 더 절박하게 살았는가에 따라 현재의 삶이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모든 것은 현재의 삶을 더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고, 삶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삶에 대한 부정화 후회는 우리의 살려는 의지를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생의 장면들은 거친 모자이크와 같다.
가까이서 보면 제대로 알아볼 수 없고 멀리서 봐야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
40대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살게 됩니다.
특히 사회적 동물의 인간이라는 정점의 시기가 40대라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20대의 무모한 도전을 거쳐 30대에는 많은 사람과 교류를 시작하게 됩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받게 될 때도 있고, 때로는 힘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기도 합니다.
40대에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를 일부 경험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청소년기에 친해진 친구들이 아닌 사회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친구들과 더더욱 가까워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평생 친구를 만들어 가는 또 다른 나이 이기도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아픔이 있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를 당하기도 하고,
타인의 말로 상처를 받기도 하며,
스스로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때에 필요한 것이 네 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첫째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라
대부분의 관계를 형성하는 시기는 20대, 30대입니다. 40대에서는 서서히 불필요한 교제나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화할 가치가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마음상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질투를 경계하라
"우리는 자신의 것을 남의 것과 비교하지 말고 즐기자.
다른 사람이 행복하다고 괴로워하는 자는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너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다는 걸 생각하며 불행을 참고 견디기 바란다."
때때로 밥투정하는 아이들에게 아프리카와 같이 매우 못 사는 나라의 아이들을 제대로 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굶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TV에서 후원을 받고자 홍보하는 봉사단체에서도 영양실조로 건강이 많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그건 그쪽 이야기로 치부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셋째 큰 희망을 걸지 마라
청소년기를 거쳐 청년기까지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의하나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개인은 우주라는 큰 범주가 아니더라도 지구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작디작은 존재입니다. 내가 이 세상이 없더라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잘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오해하곤 합니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자존감을 위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조직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 사람이 꼭 없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있기 마련이고, 만약에 어렵다면 그 프로젝트 말고 다른 것을 하면 됩니다.
"우리 삶은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넷째 세상에는 거짓이 많다는 점을 알아라
세상에는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가 더 존경받는 일이 많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일이나 불공정한 일들을 종종 겪게 되고, 겉모습만 번지르한, 가짜 겉모습이 지배하는 세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화려한 겉모습에 있지 않습니다.
독서와 글쓰기
이 책에서 반가웠던 부분 중의 하나는 독서에 대한 관점입니다. 평소에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적 많이 읽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 관점이 일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도 함께 살 수 있다면 책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책을 구입하는 것과 그 책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혼동한다. "
"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는 것과 남이 입다 버린 옷을 입는 사람에 불과하다"
"독서란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생각해 주는 것이다"
'독서는 다른 사람의 사유의 공간에서, 그들의 사고 틀 안에서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 것이 나의 것으로 저절로 소화되는 것은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생각을 영글게 하는 것은 다독이 아니라 숙독이며,
독서를 통해 받아들인 타인의 사상을 자신의 사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랜 사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로 반가웠던 것은 글쓰기에 대한 관점입니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게 글을 쓰는 것처럼 쉬운 것은 없다.
반대로 중요한 사상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사랑과 결혼 그 후를 내다보라
'니체는 "철학자는 결혼하지 않는다"라면서 독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 대가는 혹독하다. 그의 후손이 없다. 만약 결혼 이후의 어려운 현실을 알 수 있는 지혜를 가졌다면 니체처럼 혼자 자유로운 정신으로 마음 편하게 살았을 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홀로 사는 사람의 마지막에는 행복하지 않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니체의 마지막도 몇 명 남지 않은 친구가 함께 했으며, 오랜 병간호는 평생 사이가 좋지 않았던 어머니와 누이가 불평 없이 도맡았다. 니체가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여서 전혀 몰랐지만 힘들 때 도와주는 것은 가족뿐인 것이다.'
온전히 혼자 있어 보라
'40대면 예전의 친구나 동창들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해지는 경우가 늘어난다. 연락처에 저장한 친구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나이가 더 들수록 고독은 우리의 친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참된 행복은 자신 안에서 혼자의 힘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다수의 의견을 맞춰 희생하거나 눈치 볼일이 생겨나고 마음을 툭 털어놓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난다. 점점 진실한 관계를 맺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생각과 지혜 등을 풍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완독 하게 된 책입니다. 나이 40이 넘으셨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어려운 이론서가 아닌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도하고, 가볍게 읽히면서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은 책이기도합니다.
오늘도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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