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진짜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 불을 가까이하면 손이 뜨거워진다.
✅ 사람은 나이가 들면 죽는다.
✅ 먹으면 배가 부르고, 자면 피곤이 풀린다.
이런 것들은 너무나 명확한 진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 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진실’이 사실은 단순한 습관이나 기대의 결과일 뿐이며, 이를 절대적 진리로 믿는 것은 지적인 착각이라고 보았다.
과연 흄은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우리의 지식은 믿을 만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착각일까?
만약 우리가 절대적 진리를 알 수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흄이 지식의 본질에 대해 던진 강력한 질문들을 따라가며, 우리가 정말로 ‘팩트’를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 탐구해보자.
데이비드 흄의 경험주의: 모든 지식은 경험에서 온다
데이비드 흄은 경험주의(Empiricism) 를 대표하는 철학자다. 경험주의란 쉽게 말해, “모든 지식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는 입장이다.
흄 이전에도 경험주의를 주장한 철학자들은 있었다.
📌 존 로크(John Locke) -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 '빈 서판(Tabula Rasa)'과 같다. 모든 지식은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 - "우리가 감각적으로 경험하지 않는 것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경험론적 전통을 계승한 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경험한 것만이 진짜이고, 경험하지 않은 것은 믿을 수 없다” 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린다.
🔎 지식은 '인상'과 '관념'으로 나뉜다
흄은 지식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1️⃣ 인상(Impressions):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생생한 감각
예: 햇빛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 음악을 들을 때 감동하는 것
2️⃣ 관념(Ideas): 과거의 경험을 통해 생각해낸 개념
예: 예전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는 것, 공룡이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하는 것
흄에 따르면, 모든 지식은 감각적인 '인상'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인상을 바탕으로 ‘관념’을 형성한다.
❗ 즉, 경험하지 않은 것은 지식이 아니다.
👉 예를 들어, ‘천국’이나 ‘유령’처럼 우리가 직접 경험한 적 없는 것들은 사실상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다. 따라서 흄은 ‘절대적 진리’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했다.
인과관계에 대한 흄의 회의: 원인과 결과는 착각일까?
우리 일상에서 우리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
✅ 불을 붙이면 나무가 탄다.
✅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땅에 닿는다.
이런 ‘인과관계(Causality)’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흄은 이것조차 의심했다.
🔎 우리는 원인과 결과를 경험할 수 없다
우리는 공을 던지면 벽에 부딪히고 튕겨 나가는 모습을 본다. 이때 ‘공이 벽에 부딪혔기 때문에 튕겼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흄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단순히 두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우리는 단순히 경험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할 뿐이다!
📌 실험해 보자.
- 나는 매일 아침에 커피를 마신다.
- 그러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 그러면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인과관계를 믿게 된다.
하지만 정말 커피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원인일까?
✔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수면의 질’, ‘기상 시간’, ‘개인의 체질’ 때문일 수도 있다.
✔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단지 커피를 마신 후 기분이 좋아진다는 반복된 경험일 뿐이다.
✔ 따라서 ‘원인과 결과’란 단순한 기대일 뿐, 절대적인 법칙이 아니다.
흄은 우리가 믿고 있는 ‘인과관계’라는 것이 단지 과거의 반복된 경험에 의해 형성된 습관적 사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아의 실체에 대한 의문: '나'는 존재하는가?
우리는 항상 “나”라는 존재가 하나로 유지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흄은 이것마저도 의심했다.
과연 ‘나’는 항상 같은 존재일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자아일까?
흄에 따르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 "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 "나"란 단지 연속적으로 변하는 감각과 기억의 집합일 뿐이다.
✔ 기분이 좋을 때의 나와 나쁠 때의 나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 과거의 경험이 쌓이며 우리는 계속 변한다.
✔ ‘하나의 자아’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의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도덕과 종교에 대한 비판: 절대적 기준은 있는가?
흄은 지식뿐만 아니라, 도덕과 종교에 대해서도 깊은 회의를 가졌다. 우리는 흔히 도덕과 종교가 절대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 "도둑질은 나쁜 일이다."
✅ "선한 행동을 하면 신이 보상해 준다."
이런 도덕적 믿음과 종교적 교리는 정말로 절대적인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인간이 만든 사회적 습관일까? 흄은 도덕과 종교 역시 인간의 감정과 습관의 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도덕은 감정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사용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옳고 그름"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결정된다고 본다.
하지만 흄은 "도덕적 판단은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 길을 가다가 돈을 주운 사람이 그 돈을 돌려주었다.
👉 우리는 "그 사람은 착하다" 라고 생각한다. - 반면, 그 사람이 돈을 몰래 가져갔다.
👉 우리는 "그 사람은 나쁘다" 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는 먼저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그다음에 이성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즉, 도덕이란 절대적 원칙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적 반응이 축적되어 형성된 사회적 규칙일 뿐이다.
도덕적 기준은 변할 수 있다
✅ 예전에는 노예제도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 과거에는 동성애가 금기시되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한때 마녀사냥이 정당한 행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광기로 간주된다.
흄은 도덕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하는 것을 지적하며, 도덕적 원칙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합의된 규범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도덕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과 사회적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종교는 경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흄은 종교적 신념 또한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 우리가 신을 본 적이 있는가?
🤔 천국과 지옥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는가?
🤔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단지 종교적 교리를 듣고, 그것을 믿도록 교육받았을 뿐이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논리적 증명도, 경험적 증명도 불가능하다.
신을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
흄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를 심리적 요인에서 찾았다.
✅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인간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알 수 없기에, 천국과 지옥을 상상하며 종교를 믿는다.
✅ 도덕적 통제: 종교는 도덕적 기준을 제공하여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과거에는 자연현상을 설명할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인간은 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했다.
결론: 흄은 종교적 믿음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다.
데카르트, 칸트, 러셀과의 비교: 흄의 철학적 위치
흄의 철학은 당시의 주요 철학자들과 대조되었다. 여기서는 데카르트, 칸트, 러셀과 비교하며 흄의 철학적 입장을 정리해보자.
데카르트 vs 흄: 합리론 vs 경험론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 는 대표적인 합리론자(Rationalist) 였다. 데카르트는 이성이 진정한 지식의 원천이라고 주장했고, 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를 통해 자아의 존재를 확실한 진리로 삼았다. 또한 신의 존재 또한 이성적 논증을 통해 입증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흄은 데카르트의 철학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성은 절대적 진리를 보장할 수 없고, 자아라는 개념도 단순한 경험의 연속일 뿐이며, 신의 존재는 경험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즉, 데카르트는 "이성"을 강조한 반면, 흄은 "경험"을 강조했다.
칸트 vs 흄: 경험과 이성의 조화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는 흄의 철학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흄의 극단적 회의주의를 극복하려 했다.
칸트의 결론: "인간은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지만, 경험을 조직하는 기본적인 틀이 존재한다." 경험(흄이 강조한 것) 없이는 지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험을 조직하는 "선험적 개념"도 필요하다. (예: 시간, 공간, 인과관계)
즉, 칸트는 흄의 경험론과 데카르트의 합리론을 절충하여 "경험 + 이성"의 균형을 찾았다.
버트런드 러셀 vs 흄: 현대 논리학과 경험주의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 은 흄의 경험론적 전통을 계승했다.하지만 그는 논리학과 수학을 통해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 흄처럼 "절대적 진리는 없다"고 보았다.
✅ 하지만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가능한 한 가장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 논리적 분석을 통해 모호한 철학적 개념을 명확히 하는 데 집중했다.
즉, 러셀은 흄의 경험주의를 계승하면서도, 철학을 논리적 분석의 방식으로 정리하려 했다.
흄의 철학이 현대에 주는 시사점
지금까지 우리는 데이비드 흄이 지식, 인과관계, 자아, 도덕, 종교에 대해 던진 질문들을 살펴보았다. 흄의 철학은 단순히 과거의 사상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흄이 현대 철학과 과학에 끼친 영향
흄의 철학은 현대 철학과 과학적 사고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 경험과 관찰의 중요성
👉 흄은 경험(empiricism) 이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라고 보았다.
👉 이는 현대 과학의 실험적 방법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 우리는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것(예: 영혼, 신, 절대적 도덕)을 진리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 과학적 방법론과 귀납법
👉 과학은 주로 귀납적 추론(Inductive reasoning) 을 통해 발전해 왔다.
👉 흄은 "귀납적 추론이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 을 도입했다.
👉 이는 칼 포퍼(Karl Popper) 의 ‘반증주의(Falsificationism)’로 발전하였다.
✅ 자아 개념의 재해석
👉 흄은 자아가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경험의 연속일 뿐이라고 보았다.
👉 현대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도 "자아란 뇌의 작용일 뿐이며, 단일한 실체가 아니다" 라는 연구가 많다.
👉 뇌과학자들은 ‘자아는 하나의 환상(illusion)’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도덕 철학과 감정 이론
👉 흄은 도덕적 판단이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현대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도 도덕적 판단이 감정적 반응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 즉, 우리는 먼저 감정적으로 반응한 후, 나중에 그것을 ‘이성적으로 정당화’한다.
흄의 철학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
🔎 "팩트"란 무엇인가?
오늘날 ‘팩트’와 ‘가짜 뉴스’의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흄의 철학에 따르면,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팩트"가 아니라 단순한 습관적 믿음일 수도 있다.
👉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모두 ‘절대적 진리’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 인과관계를 너무 쉽게 믿는 것은 아닌가?
👉 도덕적 기준과 종교적 신념이 보편적 진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흄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흄은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라고 주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것도 믿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 흄의 결론: "절대적 진리는 없지만, 실용적 진리는 있다."
👉 흄은 지식이 완벽하게 확실할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실용적인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예를 들어, 과거에 100번 떨어진 사과가 101번째에도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그렇게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 즉, 우리는 절대적 진리를 찾는 대신, 경험적 증거와 실용성을 기반으로 지식을 형성해야 한다.
📌 현대 사회에서 흄의 철학을 적용하는 방법
✅ 비판적 사고를 기르자. 모든 믿음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지 말고, 항상 의문을 가지자.
✅ 과학적 방법론을 신뢰하자.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것은 진리로 확신하기 어렵다.
✅ 도덕과 종교적 신념을 상대적으로 바라보자. 도덕과 신념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완벽한 진리를 찾기보다, 실용적인 진리를 찾자.
마무리: 팩트인가, 착각인가?
🧠 우리는 정말로 ‘팩트’를 알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는가?
데이비드 흄은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팩트’란 사실상 경험의 반복을 통해 형성된 습관적 믿음일 뿐이며,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것도 믿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흄의 철학은 우리에게 "완벽한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경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지식을 형성해야 한다" 는 교훈을 준다.
오늘날 과학적 탐구, 철학적 사고, 비판적 사고, 그리고 현대 사회의 정보 판단 능력까지...
우리는 흄의 사상을 통해 더 나은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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