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의무와 여성 징병제에 관하여

대한민국은 1953년 한국전쟁 이후 남성을 중심으로 징병제를 시행해 왔습니다. 징병제는 모든 남성이 만 18세가 되면 군대에 복무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징병제는 국방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최근 몇 년간 남녀평등과 차별 그리고 군 가산점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란도 다시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78명(합계출산율)으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총인구는. 2020년 5천만 명을 넘어선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구감소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 및 안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군은 약 65만 명 내외로, 징집 및 직업군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인해 징집병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2020년에는 징집병 수가 3만 9천 명으로 1999년 이후 가장 적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군 병력부족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병력부족의 해결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병제는 비용이 많이 들고 한국의 국방 문화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이야기되는 것이 여성의 징집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여성은 징집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여성도 징집 대상에 포함해야 하고, 여성의 징집으로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징병지지자들이 있습니다. 

 

여성 징병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이지만, 고려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만큼 군 복무를 할 수 있으며, 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의관, 의무병, 정보 분석가와 같은 역할을 비롯하여 남성과 똑같은 직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적 규범과 기대도 변화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라는 변화의 길목에 서있는 대한민국도 이러한 변화를 적극 수용해야 합니다. 남성 중심의 징병제의 한계에서 벗어나 여성 시민의 잠재력과 능력을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쟁은 복잡하지만, 여성이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은 사실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군 복무에서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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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징병제 사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여성에게 의무적인 징병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이스라엘의 만 18세 이상의 유대인 남녀 모두에게 병역의무가 부과되며, 남성은 32개월, 여성은 24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해야 합니다. 다만 여성은 결혼과 임신, 종교 등으로 면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체 여성의 40~50%만 군대에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스라엘 여군의 4% 정도는 보병과 포병, 기갑 등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나머지는 주로 행정과 통신, 항공 통제 분야 등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방구석 극장전]이스라엘 여성 징병제의 현실

 

노르웨이 성중립 징병제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여성 징병제를 시작했으며, 이는 NATO 최초의 사례입니다 노르웨이의 의무복무 기간은 19개월이며, 남녀 공용 내무반을 운영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여성 징병제 대신 ‘성 중립적 징병제’라고 부릅니다. 노르웨이의 여성 징병제는 여성 정치인들이 주도해서 만들었으며, 성평등과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학업, 양심 등의 이유로 징병을 피할 수 있으며, 양심적 병역 거부 절차도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남자 넷 여자 둘' 내무반…여성징병제 노르웨이의 파격 시도 | 중앙일보

 

스웨덴

스웨덴 여성 징병제는 스웨덴이 2018년 1월부터 시행한 제도입니다.  스웨덴 정부는 “현대의 징집제도는 성별 중립적이어야 하므로 남성과 여성 양쪽 모두 포함돼야 한다”며 여성 징병제를 부활시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스웨덴은 2010년에 모병제로 전환했으나, 러시아와의 안보 위기와 병력 부족 문제로 징병제를 재도입했습니다. 스웨덴의 의무복무 기간은 9~12개월이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도 적용됩니다. 스웨덴에서는 여성 징병제가 성평등과 국방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평등 선진국’ 스웨덴이 여성도 군대 징병하는 이유 - 여성신문

 

이러한 사례들은 여성이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은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여성은 군 복무에 매우 적합할 수 있으며 남성과 동일한 직책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징병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

1. 병역의무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차이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다. 

2. 생물학적 차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현대전이라는 성격과 다양한 복무 형태를 통하여 여성도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3. 여성의 육체적인 병역의무가능성은 극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사회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성차별에 저항하여 여성의 병역 의무는 이행되어야 한다. 즉 여성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양면에 있는 권리주장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 

4.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남성의 병역의무만으로는 국가 안보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여성징병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

1. 여성이 역사적으로 평화주의를 지지해 온 배경과 임신, 출산 및 모성이라는 측면은 전쟁과 어울리지 않고 보호해야 될 대상이기 때문에 병역의무를 질 수 없다

2. 여성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이의 주된 양육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이 크다. 다시 말해 임신과 출산 양육의 역할로 인해 희생하는 기간이 병역의무 못지않기 때문에 병역의무를 부담시키면 여성에게 2중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

3. 여군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더라도 전투부대, 특히 직접 지상전투시 그 활용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처럼 여성의 전투 참여가 성폭력등의 문제로 인해 남성들의 전쟁 의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  

4. 여성의 병역의무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내무생활 및 군대 복무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예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

 

 

여러 논쟁거리에도 불구하고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군대라는 구조체계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병력 부족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안보기여에 대한 의견 제시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여성징병에 대한 논의는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 국가의 안전망과 관련해서는 고려할 가치가 있는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은 병력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여성도 국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는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이 논의가 대두되는 이유와 목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성 징병제가 양성평등과 국방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들에 대해서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정치권에서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 정치쟁점화 할 것이 아니라, 공정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합리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