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란 경제활동의 주체들이 자유롭게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하고,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경제체제를 말합니다. 이러한 시장경제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체제를 의미하지만 실제 사회에서 순수한 형태의 시장경제는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경제 체제는 각 국가 또는 사회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이론적인 접근도 여러 가지가 병행하고 있으며, 시장의 기능과 한계, 그리고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장경제의 대표적인 세 가지 주요 입장인 보이지 않는 손, 도와주는 손, 자기 몫 챙기는 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
보이지 않는 손이란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한 시장 가격 흐름의 자연스러운 효율성을 의미하는데, 스미스는 개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숨어서 조정을 해주는 것처럼 사회 전체의 효율과 번영이 증대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시장경제의 이론적인 근거가 되었으며, 자유방임주의 경제 체제에서 국가는 시장에 간섭하지 않고 치안과 국방을 담당하는 야경국가의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장점은 시장경제의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경제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전제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기회와 선택의 다양성을 증대시키게 됩니다. 또한 경쟁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자원의 낭비를 줄이며, 혁신과 창의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번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제체제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은 달성할 수 있지만, 형평성(구성원 모두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합니다.
시장경제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고 타고난 능력과 소질도 제각기 다르므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은 사회적 불평등과 불만을 야기하고, 시장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게 되고, 시장이 스스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시장의 실패라고 하는데,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거나 원료 독점 등으로 독과점이 나타나는 경우, 환경오염 등 외부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 국방·치안처럼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을 시장에 맡기기 힘든 공공재의 경우 등을 시장 실패의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투자계획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불완전으로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도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장 실패가 나타나면 보통 정부가 개입하게 됩니다.
도와주는 손(Helping Hand)
도와주는 손이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장한 정부의 경제정책을 통한 시장의 조정을 말합니다.
케인스는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을 계기로 시장경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정부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케인즈 혁명이라고 불리는 경제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켰으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는 새로운 이론적인 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와주는 손은 시장경제의 형평성과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합니다.
시장경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나 시장 실패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과 불만이 증가하고, 실업, 불황, 경제 위기 등의 혼란과 무질서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하면, 재산과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증진시키고, 공공재의 제공이나 환경보호를 통해 사회적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면,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의 개입은 시장경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번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경제지원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도와주는 손은 효율적인 경제체제로 보입니다.
다만 도와주는 손은 정부의 개입이 과도하거나 비효율적이면 시장경제의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자유와 경쟁을 제한하고,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증가시키게 되고, 정부의 능력과 의지에 의존하게 되면서, 정부가 실수하거나 부패하면 시장의 실패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정부의 실패라고 하는데, 정부의 실패는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려고 할 때, 정부의 정보의 불완전성, 정책의 비용과 효과의 불확실성, 정부의 정치적 동기 등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공공재를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징수하면,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 어렵고, 정부는 세금의 효율적인 사용을 보장하기 어렵고, 또한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나 보조금을 부여하면, 이는 정부의 특권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들의 로비와 압력에 따라 결정될 수 있으며, 이는 시장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자기 몫 챙기는 손(The Grabbing Hand)
자기 몫 챙기는 손이란 미국의 경제학자 안드레이 쉴레이퍼와 로버트 비시니가 주장한 정부의 이익추구와 정치논리입니다. 쉴레이퍼와 비시니는 시장의 실패와 함께 정부의 실패도 인정하자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을 혼자 내버려 두어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정부 또한 내버려 두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으며, 정부는 극도의 선한 의지를 가진 자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고 각종 집단의 로비와 압력에 따른 정치논리에 좌지우지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경제주체이자 정치주체라고 주장합니다.
자기 몫 챙기는 손은 시장경제의 현실성과 다양성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합니다.
시장경제는 이상적인 가정들을 바탕으로 한 이론적인 모형이지만, 현실에서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동시에 존재하고, 각종 이해관계와 정치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분석하면, 시장경제의 한계와 가능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사회와 문화에 맞는 적절한 경제체제와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자기 몫 챙기는 손은 정부의 역할을 단순히 개입의 정도로 구분하지 않고, 개입의 방식과 품질에도 관심을 갖으며, 정부가 어떻게 개입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자기 몫 챙기는 손은 시장경제의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합니다.
시장경제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존재하고, 각종 이해관계와 정치논리가 작용한다고 인정하지만, 이를 해결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서로 상쇄되거나 균형을 이루는 것을 바라며,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시장경제의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적 문제와 불만을 무시하거나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참고
김영철, 시장경제의 이해, 박영사, 2012, p. 13.,15,17
애덤 스미스, 국부론, 김영사, 2005, p. 456.
안드레이 쉴레이퍼와 로버트 비시니, The Grabbing Hand, 하버드대학출판부, 1998, p.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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