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미래의 병력 자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내년 출산율을 0.6명대로 전망했으며, 국방부는 최근 병역 판정 신체검사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고도비만 또는 저체중 인원도 내년부터는 3급 현역으로 입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국가 방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세대가 있다. 바로 은퇴 세대다. 이들은 국방 의무에서 면제되었지만, 국가 위기에 대비하여 자발적으로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시니어아미 (senior army)'라는 이름으로 모인 순수 민간 단체이다.
시니어아미는 올해 6월 설립되어 8월에 사단법인으로 승인받았다. 현재 50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대부분은 60, 70대의 군필자이다. 여성 회원도 10여명 있으며, 미필자도 환영한다고 한다. 이들은 50 ~ 75세를 유사시 지원 전력으로 관리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시니어아미의 첫 입영 훈련
시니어아미는 지난달 3일 서울 서초 예비군훈련소에서 첫 입영 훈련을 실시했다. 20여 명의 회원들이 군복과 군화, 디지털 소총을 지급받고 안보 교육, 사격 훈련, 시가지 전투를 체험했다. 레이저 센서가 장착된 장비를 착용해 총에 맞으면 삐~ 소리가 나는 마일즈 장비를 활용했다.
참가자들의 나이는 평균 63.2세로, 최고령자는 75세, 최연소자는 57세였다. 50대 후반의 여성도 두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일반인 자원자로, 예비역 병장이 다수지만 군 면제자나 대령 출신도 있었다. 이들은 입영 훈련을 통해 국가 안보에 기여하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사회적으로 의료비가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아미의 입영 훈련은 미국 LA타임스가 1면과 6면에 걸쳐 보도할 만큼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LA타임스는 시니어아미를 “세계 최초의 노인군사단체”라고 소개하고, 이들의 훈련 모습과 인터뷰를 싣었다. LA타임스는 이들의 훈련을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국가를 위해 총을 들고 뛰는 독특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시니어아미의 비전과 목표
시니어아미는 단순히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이다. 이들은 국방부와 협력하여 다양한 교육과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시니어아미 20㎞ 행군 대회' 등 다양한 심신 단련 프로그램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시니어아미의 비전은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으면 은퇴 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먼저 최전방에 서야 한다”이다. 이들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력 자원 부족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한, “우리 시니어들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세대”라며 “시니어아미 10만 양병이 목표”라고 했다.
설립 취지문
우리 대한민국은 6·25전쟁의 참화에도 70년 만에 경제 선진화와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한류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며, K-방산이 세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이 아닙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위협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만, 인구절벽으로 인해 국방을 감당할 최소한의 병력자원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50만명의 국군은 2040년이 되면 30만명 조차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현역자원의 고갈을 곧 예비병력의 고갈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북한군의 병력이 130만명이라는 감안할 때 안보의 공백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비군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현역들이 전방에서 싸울 때 자신의 마을과 가족을 예비군들이 지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젊은 시니어들은 이제 현업에서 물러났거나, 곧 물러날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아직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도 인생 어느 시기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은 여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국가 위기가 닥친다면 언제라도 최일선으로 달려갈 각오입니다. 현역군인세대, 산업현장에 종사하는 현업 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입니다.
‘조건 없는 헌신’ - 우리 새로운 시니어들은 어르신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대가 없는 봉사를 통해 더 큰 자긍심을 느끼는, 깨인 세대가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나라가 부르면 우리는 헌신한다.(WHEN THE COUNTRY CALLS, WE SERVE.)’는 구호 아래, 유사시 언제든 전선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소정의 동원 훈련도 자청하고 합니다. 어떤 비용도 국가에 요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조(自助)할 것입니다. 유사시 실제 국가 동원병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합니다.
국가안보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습니다. 남녀노소의 구분도 불필요합니다. 나의 나라를 위해 다시 한번 현업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헌신할 각오가 돼 있는 시니어라면 누구든 우리의 동지입니다. 뜻을 같이 해주신 분, 또 앞으로 같이 해주실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시니어아미의 공동대표인 최영진 교수는 “우리 ‘시니어아미’ 회원들은 생물학적 나이보다 훨씬 더 건강합니다. 시간과 돈이 있고 무엇보다 애국심으로 뭉쳐 있어요. 그런 마음과 에너지를 모아 방향을 조금만 바꿔주면 국가 방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시니어아미는 국가 위기에 대비하여 총을 들고 뛰는 은퇴 세대의 도전과 희망을 담은 단체이다. 이들은 국가 안보에 기여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사회적으로 의료비가 절감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들의 활동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미래의 병력 자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은퇴 세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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