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일주일, 한 달,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많은 상품을 사고 이용한다. 각각의 상품엔 저마다 가격이 있고, 판매하는 대리점이나, 매장에 따라 약간은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가전제품, 특히 2년에 한 번쯤 바꾸게 되는 핸드폰의 경우 신제품이 나오거나 할인행사를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고, 그때마다 가격이 다르게 매겨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어디서 파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이런 가격의 변화와 차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가격표’다.
소비자들은 가격표를 기반으로 스스로의 소비를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가격표가 무용지물이라면 어떨까.
가령,
상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와 실제 판매가격이 판이하게 다르거나 판매가격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면 어떨까.
지금 우리는 상품가격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을까?
소비자로서 내 선택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판단인지 아닌지 확신할수 있을까?
판매가격표시제도(open price system,오픈프라이스제도)는 제조 업체나 수입업체가 가격을 정하지 않고, 최종 판매지점인 각 소매점, 소매업자가 실제 판매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는 자율 가격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1999년에 도입되었고,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다고 홍보되었다. 하지만 초기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실제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체험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상품 가격 할인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제도로 오용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판매가격표시제도 의 역사와 배경
정부에서는 1973년 5월 부터 소매가격표시제를 실시하면서, 소비자가 제품의 가격을 정확히 알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제품의 원가에 대한 의문과 공장에서의 생산가에 대해 의혹이 생겨남에 따라 공장도가격표시제를 1979년 4월 실시하며 제품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이후 '정상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겠다는 의도로 '권장 소비자 가격제도'를 시작하였지만, 판매사와 제조사가 상술의 도구로 이를 활용하면서 소비자에게 혼란만을 안겨 주게 되었다. 그래서 탄생한 제도가 '오픈프라이스 제도 (open price system, 판매가격표시제도)'다. 정상가로 경쟁하라는 취지였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의도였다. 하지만 권장소비자가에서 오픈 프라이스제도로 정책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구분 | 근거 | 최초도입시기 | 표시대상 | 대상점포 |
판매가격 표시 |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3조 | ’73.5.24 ('73.6.1 시행) | 백화점, 수퍼마켓 등 공산품 판매 51개 소매업종 관련 소매점포 내 모든 품목 | ㆍ33m2(대도시 17m2) 이상 소매점포 ㆍ대규모점포(전통시장 제외) 내 모든 점포 ㆍ시ㆍ도지사 지정 소매점포 |
단위가격 표시 | ’99.6.25 ('00.1.1 시행) | 가공식품(62), 일용잡화(19), 중량표기된 농수축산물(3) 등 84개 품목 | ㆍ대규모점포(전통시장 제외) 내 모든 점포 ㆍ준대규모점포(대기업과 대규모점포경영회사 및 그 계열사의 직ㆍ가맹 슈퍼마켓) | |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금지 | 소비자 기본법 제12조 | ’99.6.25 ('00.1.1 시행) | 가전제품(10), 의류(23), 기타(14) 등 47개 품목 | ㆍ권소가 표시 금지 제품 판매 모든 소매점포 |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시작된 후 2010년 7월 1일부터는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의류 등에도 확대 적용하였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한 데로 제도가 움직이지 않았고, 소비자의 불편과 혼란이 증가하고, 기격 비교가 어렵고,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2011년 7월 1일부터는 빙과,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등 4개 품목에 대해 폐지하게 되었다.
유통업체가 판매가 결정/「오픈프라이스제」 추진-국민일보 (kmib.co.kr)
유통업체가 판매가 결정/「오픈프라이스제」 추진-국민일보
◎값·할인율 들쭉날쭉 화장품·의약품·의류 등 대상/당국 「내년 화장품」 검토… 담합·소비자혼란 우려「50∼80% 할인」 「완전공짜」 「헐값에 드립니다」 시내에 즐비한 화장품 할인코너들
www.kmib.co.kr
오픈프라이스제도(판매가격 표시제도)가 가져온 다양한 문제들
저렴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가격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정상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일수록 정상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상가격, 정찰가격이라는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우리는 제품의 실제 판매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할 수있게 될 것이다. 가격표시제에 따라 권장 소비자 가격제도가 시행되면서 한동안은 권장소비자가를 정상가격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권장소비자 가격은 말 그대로 권장 가격이다. 판매자가 이를 따를 의무는 없었다.
1999년부터는 일부 품목에서 권장 소비자 가격이 없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소비자를 위해 시작되었던 권장소비자가격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부터다. 판매자들은 제조사에게 실제 판매가를 제품 포장지에 표기하는 것을 요구했고, 일부는 제조사와 판매사가 담합해 권장 소비자가격을 높게 책정한후 할인하여 판매하는 것처럼 광고하여 소비자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권장소비자가격제
권장소비자가격제는 제조업자, 유통업자, 수입업자 등(이하 제조업자 등) 이 소비자가 상품 등을 구입하는데 권장 또는 참고하게 할 목적으로 가격을 표시하는 제도
권장소비자가격제는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다음 거래 단계의 사업에 대하여 거래가격을 지정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특성 을 지니며, 제조업자 등이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거래 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다음 거래단계의 사업자에게 권장가격의 준수를 강요하지 않고 그 위반에 대해 제재하지 않는다.
○ 제조업자 등이 지역이나 유통채널에 관계없이 동일한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므로 이를 판매가격과 비교할 수 있어 오픈 프라이스제보다 가격 비교가 용이하다.
○ 권장소비자가격은 판매업자가 자율적으로 표시한 오픈 프라이스제의 판매가격보다 제품의 가치 및 품질에 대해 주는 정보의 신뢰성이 높으며, 유통사업의 적정 규모화와 함께 유통사업자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유통업자에 의한 판매가격도 신뢰하게 될 수 있지만 제조업자가 표시한 권장소비자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의 격차가 커지면 정보의 신뢰성은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원가공개제
원가공개제는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가 상품의 원가를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
지역이나 유통채널에 관계없이 동일한 원가가 표시되므로 이를 판매가 격과 비교할 수 있어 오픈 프라이스제보다 가격 비교 용이성이 높고, 원가정보가 제공되므로 소비자가 제품의 가치 및 품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추가되는 가치가 높고 유통비용 등이 지역이나 유통채널별로 차이가 큰 경우에는 소비단계에서 제품의 가치나 품질에 대해 주는 정보의 신뢰도는 낮아진다
연도 | 가전제품 | 의류 | 가공식품 | 기타 |
1999(12종) | TV, VTR, 유선전화기, 오디오, 세탁기 (5종) | 신사정장, 숙녀정장, 아동복, 운동복 (4종) | 운동화, 러닝머신, 롤러블레이드 (3종) | |
2000(22종) | 냉장고, 에어컨, 전자수첩, 카세트, 캠코더, 전기면도기 (6종 추가) | 손목시계, 카메라, 가스레인지, 침대 (4종 추가) | ||
2004(32종) | 청소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3종 추가) | 컴퓨터 데스크탑, 컴퓨터 모니터, 노트북 컴퓨터, 장롱, 책상, 소파, 장식장 (7종 추가) | ||
2009(279종) | 남자겉옷 8종, 여자겉옷 41종, 유아복 16종, 양말 32종, 모자 38종 등 (243종 추가, 전품목) | 라면, 과자, 빙과류, 아이스크림류 (4종 |
이러한 문제점 들로인해 권장소비자가격이 정상가격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자 가격표시체계를 '오픈 프라이스 제도 (open price system, 판매가격표시제도)'로 대체하게 되었다. 당시 전문가들과 정부에서는 오픈프아이스제로 가격을 일원화하면 판매자들이 자율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어 제품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오픈프라이스제 결국 권장소비자가로 - 데일리팝 (dailypop.kr)
오픈프라이스제 결국 권장소비자가로 - 데일리팝
빙과류와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 4개 품목에 대해 다음 달부터 권장소비자가격이 다시 표시된다.지식경제부는 22일 식품업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빙과류 ,아이스크림, 과
www.dailypop.kr
오픈프라이즈 제도가 도입된지 20년. 과연 제대로 운영되었을까?
오픈프라이스제의 문제는 정상가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권장소비자가격제도의 문제점이 오픈프라이스제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초기 도입에는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다고 홍보했었다. 하지만 제도의 한계와 문제로 인해 결국 소비자의 혼란만 가져오게 되었다. 결국 가격표시제, 권장소비자가격제, 오픈프라이스제도 등 제도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돌아온 혜택 또한 없다.
화장품
1990년대 화장품 산업에서 판매업자의 과당 할인경쟁 등 권장소비자가격제의 문제점이 대두
▼
1996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화장품 권장소비자가격의 부당, 허위표시 및 광고 문제를 지적하고
, 보건복지부가 공청회를 통해 소비자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오픈 프라이스제를 실시함.
▼
1997년 5월 21일 「약사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 제50호)」에 제74조의2를 신설함으로써
제조업자가 표시하던 권장소비자가격을 폐지
▼
소비자의 정보탐색 정도에 있어서는 가격 이외에 고려하는 제품의 특성에 유의한 증가가 나타났고,
아울러 제품 품질의 지표로서 권장소비자 가격을 참고할 수 없어 소비자의 가격에 대한 불평이 증가
▼
권장소비자가격이 아닌 실제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한 소비자 가격은 제도 변경 전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음
의약품
1999년 1월부터 의약품의 표준소매가격표시제를 폐지하고, 약국 등의 개설자가 의약품 가격을 결정하도록 함
▼
1999년 5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19개 의약품 소비자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2.3%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형약국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평균 7.5% 인상된 것으로 나타남
▼
소비자판매가격이 인상된 주요인은 제약업체에서 의약품 출하가격을 인 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남
▼
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체제를 갖고 있거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일부품 목의 경우 공장도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이를 방지할 장치가 전무하였음
▼
한편, 약품의 소매마진은 10.4%p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약국 간 가격경쟁이 심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임
1998년 말 약국의 의약품 소매마진율은 27.1%였으나, 1999년 5월에는 16.7%로 약 38.4%가 감소한 것임
가전제품
1998년까지 국내 가전 매출의 90%는 제조업체의 대리점을 통한 것이었음
▼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제품별 권장소비자가격을 설정하고, 대리점에서 이를 기준으로 한 할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함
▼
1999년 가전제품에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적용되면서 하이마트 등 전자 제품 판매점과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대량구매와 낮은 마진율 적용으로 유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게 됨
가격표시제도 별 특성
구분 | 권장소비자가격 | 원가공개제 | 오픈프라이스제 |
표시 주체 | 제조업자, 유통업자, 수입업자 등 | 제조업자, 수입업자 | 판매업자 |
표시 정보 | 권장소비자가격, 판매가격 | 공장도가격, 수입가격, 판매가격 | 판매가격 |
가격 비교의 용이성 | 유통채널에 관계없 이 동일한 권장소비 자가격이 표시되므 로 이를 판매가격과 비교할 수 있음 | 유통채널에 관계없 이 동일한 원가가 공개되므로 이를 판매가격과 비교할 수 있음 | 판매업자가 표시한 가격만을 알 수 있 어 가격 비교가 용 이하지 않음 |
정보의 신뢰성 | 제조업자 등이 자율 적으로 권장소비자 가격을 표시하므로 정보의 신뢰성은 보 통 수준 | 제조업자가 원가정 보를 제공하므로 정보의 신뢰성은 높은 수준 | 판매업자가 업소마 다 자율적으로 가 격을 설정하므로 정보의 신뢰성은 낮은 수준 |
'금융과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 성장과 소득 불평등: 쿠즈네츠 곡선의 이해 (1) | 2024.05.09 |
---|---|
과세표준, 소득공제, 세액공제 (1) | 2024.03.19 |
2024년 한국 경제 전망 : 글로벌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0) | 2024.02.21 |
대출과 대출 금리 (4) | 2024.02.21 |
단리(simple interest), 복리(compound interest) (1) | 2024.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