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여러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지방자치 단체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만드는 법을 조례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으로서 '법 중의 법'이라고 불리는 것은 헌법인데, 법에는 헌법 이외에도 여러 가지 법이 있고, 여러 법들 사이에는 위계가 있어 질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법률은 국회에서 만드는 법으로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 소송법 등이 있고, 명령은 정부의 필요에 따라 대통령령, 국무총리령 또는 각부의 장관의 명령의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조례는 지방 의회에서 만드는 자치 단체의 법을 말하고, 규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필요에 따라 공포하는 법의 형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법 규범들은 상위법에 우선하며, 하위법은 상위법에 위배될 수 없는 원칙에 따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법률은 지역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지만 조례는 특정한 지역의 실정에 맞게 정한 것이기 때문이 그 지역 주민에게만 적용됩니다.
조례 제정의 현실적 어려움
지방의회 의원의 조례안 발의권과 의결권은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권과 의결권에 견줄 수 있는 지방의회의 제1기능인만큼 그 비중도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지방의회 의원 각 개인의 지방자치와 조례 입법에 대한 이해 수준과 전문성은 지방자치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의 원인이 모두 지방의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1차적 책임은 지방의회 의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지역주민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례를 입안, 발의, 의결해야 하는 주체가 지방의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방의회 의원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최대 9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 입법 활동을 보좌하는 전담 인력이나 독립적이고 전문화된 보좌 조직이 부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이 존재합니다.
법률과 조례가 적용범위나 복잡성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시민을 위한 법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국회의원에 비한다면 환경과 처우가 매우 열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초선의원의 경우 지방자치와 조례제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선거과정의 공약과 정치적 혹은 소속 정당의 소신을 우선시하려는 경향이 많이 있게 되기 때문에 의정활동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지역 주민을 위하기보다 정치적 편향성에 치우치다 보니 조례의 내용이나 심의 과정에서 입법의 원칙에 따라 적법성과 정당성, 시행가능성등을 보장하고, 조례의 내용을 검토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행정부와 갈등을 보이면서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바라보는 주민들은 지방자치와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불안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들이 정당에 소속되어 활동하다 보니 소속 정당의 정치적 노선이 조례 제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정치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지방의원이 정당의 정치적 목적을 떠나 지방 의원이라는 순수한 입장에 있다고 가정해도 사무 및 재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법적인 한계점이 있습니다. 지방자치 사무의 경우 광역과 기초 자치 사무와 관련된 조례를 제정할 경우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법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며,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조례안의 경우에도 단체장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장벽이 존재합니다.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 자치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헌법을 고치고 법률을 고치는 등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례 제정이라는 현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면 지역주민들이 여기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좋은 조례란 무엇일까?
좋은 조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조례가 무엇인지 먼저 이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지 않은 조례는 시민의 행복과 동떨어진 조례로 현장성, 창의성, 시행 가능성이 떨어지는 선언적이거나 전시적인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가종 지원조례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조례는 먼저 지역주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창의적이고 시행가능한 현실성 있는 조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례 제정에 시민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역 주민만큼 생활 관련 불편사항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종전의 조례 중 목적을 달성하였거나 불합리한 조례를 과감히 통합하건, 폐기하여 조례를 정비하는 활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조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시민의 참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방의원과 시민전문가의 역할
지방 의원이 조례안을 만들거나 심의할 때는 반드시 조례 제정의 근거가 되는 상위법령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법률 심의과정에서 지방자치나 조례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방의원의 경우에는 법률, 명령과 같은 상위 법령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지방 의원은 상위법령에 위배되지 않은 것으로, 지방자치와 조례제정에 적합한 내용인지 분석하고, 조례를 제안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위 법령에 문제가 발견되면 국회와 정부에 개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조례는 법 체계에 있어서 하위 법에 속합니다.
법(法)이라는 한자는 氵(물이)+去(흘러가듯)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뜻은 법을 만들거나 해석하고 적용할 때 물이 흘러가듯 순리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반대로 순리를 어길 때에는 홍수나 파도가 일어 큰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순리를 따라 합법성, 합리성, 정당성, 시행가능성을 따져가며 조례를 만든다면 재의 요구와 무효소송과 같은 갈등이 발생하지 않거나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지방분권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방분권의 목적이 지역 주민의 행복에 잇고, 지역주민의 행복은 좋은 조례와 같은 법적 시스템과 지역 환경에 의해 보호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원과 시민 전문가들은 '법을 만드는 자'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함께 지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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