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수주의 안내서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보수의 정신'이라는 러셀 커크(Russell Kirk)의 책을 읽기 전에 가볍게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정통 보수주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보수의 정신'이라는 책은 조금 어렵기도 하고, 내용이 많아서(책장에서 책을 찾아보니 855페이지네요) 끝까지 읽기는 쉽지 않은 책입니다. 만약 보수주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싶으시다면 '보수주의의 정신'이라는 책을 읽어보시기를 바라며,
오늘은 가볍게 읽기 좋은 책으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러셀 커크의 ‘보수주의 정신’이라는 책의 짧은 소개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수주의의 역사에 대한 소개나 개요는 아니고, 보수주의의 근본적 원리
다시 말하면 보수주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보수주의자들이 고수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러셀 커크는 150페이지 분량의 짧은 책, 12장에 걸쳐서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물질주의 이데올로기의 위협, 산업주의와 소비주의의 평준화 효과, 전체주의의 위험, 중앙집권화된 국가 권력, 공동체의 붕괴 등에 대한 비판과 보수주의에서 이야기하는 종교, 양심, 개인의 독립성, 가족, 공동체, 공정한 정부, 사유 재산, 권력, 교육, 영구불변과 변화 그리고 공화국 등 쉽지않은 주제들에 대한 보수적인 견해를 이야기합니다.
그는 보수주의의 토대는 도덕이 기초(도덕성 없는 보수는 전혀 보수가 아닙니다. )이며,
개인적 양심이 무관심으로 변한다면 ‘사회적 양심’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개인적 차원의 도덕이 나쁜데 공중의 도덕이 좋은 나라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흥미로운 점은 러셀 커크는 이 책에서 정치에 대해 논하지만, 정치에 대한 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미국인이다 보니 미국 보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보수와는 성향과 이념적으로 다른 부분들이 있다는 점을 미리 고려하고 보면 좋겠습니다.
러셀 커크는 이 책을 1957년에 썻다는 것을 지워두고 본다면
풍요롭고 기술적으로 발전된 사회이지만 공허함이 함께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그의 묘사는 지금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현대의 보수 운동은 그의 분석적 측면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긴 했지만, 커크가 말하는 많은 보수주의 원칙들은 오늘 우리 현실에도 적용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1950년대 미국 부흥기에 보수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러셀 커크는 엄밀하게는 정치적 사상가라기보다는 문학가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정치 현실로 보면 괴짜로 불릴 수밖에 없을 것 입니다.
이 짧지만, 무게감 있는 책에서
러셀 커크는 인류와 사회에 대한 엄청난 통찰력과 지혜를 150페이지 분량의 가벼운 문장으로 전해줍니다. 생각을 전달하는 러셀 커크의 방식은 구호만 외쳐대는 요즘 사람들의 그것과 매우 다릅니다. 그가 보여주는 색다른 글쓰기 방식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정책 전문가들의 전문용어가 난립하는 문장들, 숫자 가득한 도표로 제시되는 글을 통해 보수주의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러셀 커크의 이 책이 매우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눈에 들어온 몇몇 문장들
“종교인이라 해서 모두가 보수주의자는 아니고, 모든 보수주의가 종교인인 것도 아니다. 기독교는 특정 형태의 정치를 강제하지 않았다. 비록 급진주의자 대부분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유명한 급진주의자는 있었다. 마찬가지로 종교적 기초가 없는 보수주의는 존재하지 못한다. 종교를 옹호해온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대개 보수주의자였다. ”
“종교를 전도하며 자신의 정치까지 팔아먹으려는 정치인을 나는 누구보다 경멸한다. 하지만 정치를 말하면서 자신의 설교를 팔아먹으려는 목사는 더 경멸한다 – Quintin Hogg ”
“보수주의자는 인간 사회를 신과 인간, 더 나아가 죽은 세대와 현재 살아있는 세대,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세대 사이에 맺어진 영원한 계약이라고 본다. ”
“보수주의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보존하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신이 자신의 이미지대로 창조하신 인간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자 한다. ”
“ 모든 종교에는 언제라도 타락할 위험이 내재한다.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은 기독교가 어떤 감상적 집산주의를 추인했다고 설득하려 애썼다. 신 앞에 평등하다는 기독교의 개념은 이런 ‘인간의 종교’를 통해서 국가가 강제하는 끔찍한 사회 경제적 평등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기독교의 신조와 전통을 면밀히 조사하면 기독교 가르침의 그와 같은 해석은 용납하지 않는다. 기독교는 개인적 차원의 구속만을 약속할 뿐 경제 혁명을 부르는 그 어떤 체제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
“양심은-이제 거의 철 지난 과거의 단어지만 – 도덕성의 핵심이다.”
“보수주의자들이 모든 사회적 문제들을 본질적으로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로 바라본다고 말해왔다. 양심·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르는 강한 의식, 명예와 정의라는 개인적 확신에 인간이 지배받는 사회라면 어떤 정치체제를 채택했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사회라고 보수주의자는 생각한다. 반면 인간이 도덕적으로 표류하고, 양심이 무지하며 감각적 욕구의 충족에만 매달리는 사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든, 또 그 공식적 헌정 체제가 얼마나 ‘자유주의적’이든 모두 나쁜 사회다.”
“개인적 차원의 도덕이 나쁜데 공중의 도덕이 좋은 나라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이웃의 희망과 권리를 짓밟는 이기적인 ‘개인주의자’가 아니고, 정신과 조건에서 어떤 획일적 평균으로 모든 인간을 축소하려 드는 흐리멍텅한 집산주의자도 아니다. 보수주의자는 인간 개개인이 서로 다르길 원한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세계는 끝없이 지루하고, 스스로 멸망을 향해 침몰해 가기 때문이다. ”
“보수주의자는 진정한 개인의 독립성, 즉 인간의 권리와 의무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
“보수주의자는 다양한 종류의 자유에 동의한다. 그런 자유에는 정당하고 균형 잡힌 헌정 체제하에서 발휘되는 정치적 자유, 도덕법칙 하에서 작동하는 경제적 자유, 지적 책임감으로 균형 잡힌 지적 자유 등이 있다. 그러나 사려 깊은 보수주의자가 무정부적이고 악의적이라 여기는 ‘자유’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재화를 빼앗아도 된다는 천부적 자유, 법과 질서를 전복할 자유, 진정한 자유를 창조한 도덕률을 철폐할 수 있는 자유 등은 보수주의자가 인정하지 않는 자유다. 또한 그는 가족을 창조한 애정과 이해의 모든 섬세한 관계를 해체하는 자유를 정당하게 누릴 개인 혹은 집단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욕구는 자유가 아닌 방종이다. 결혼을 단순히 성적 결합의 법률적 형태로 만들려는 요구, 그에 그치지 않고 인간을 동일한 기능이나 과업을 수행하는 일개 점으로 만들려는 요구, 부모의 영향력에서 아이를 ‘해방시켜야한다’는 요구, 집산주의적 ‘새 도덕성(new morality)’을 지지하면서 인류의 축적된 지혜인 도덕적 교훈을 모두 내다 버리려는 요구들은 질서 있는 자유의 일부가 아니며 실은 진정한 자유의 부정이다. ”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공공심이 투철하다. 그는 공동체를 믿지만 그렇다 해서 집산주의자는 아니다. 이 나라에서 공공심이 투철한 사람들은 공화국의 존재를 믿는다. 공화국에서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거의 모든 행위를 민간인들 혹은 지역 집단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한다. 반대로 집산주의자는 그런 일을 대중국가가 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중국가에서 강제가 곧 질서고 중앙 기관이 인간의 모든 측면을 규제하는 통합된 단일 지배체제가 작동한다.”
“천부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중앙 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와 대의원들을 중시하는 정치적 원칙들 때문에 미국은 세계 전역에서 정의, 질서, 자유의 모범적인 친구로 여겨졌다. 나는 이런 정교한 구조물의 기초를 함부로 훼손하는 행위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치 전통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미 성공적인 정부를 수립한 가설과 제도들을 급격히 수정했을 때 발생할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
“사유 재산 제도는 불평등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인간은 도덕적으로는 평등하지만 다른 모든 관점에서는 불평등하다. 사유 재산제를 파괴해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약자나 여러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들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강자나 활, 동적인 사람들의 손발만 묶고 만다. ”
“ 거대 노동조합의 책임을 정하는 문제, 거대 기업의 책임을 정하는 문제 등은 물론 그와 유사한 수많은 난제들이 인간의 권력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 난제들은 또한 보수주의적 원칙, 즉 ‘전체적으로 복잡한 시민사회 질서를 위태롭게 만들지 모르는 수단으로 뭔가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편이 낫다’라는 원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보수적 개혁 과업의 하나는 올바른 이성으로 돌아가는 일, 즉 교육에서 명예로운 과목들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 개혁의 첫 번째 걸음은 ‘교육의 목적은 개개인의 정신과 양심의 고양’이라는 영원한 원칙의 확인이어야 한다. 교육은 급진적인 교조주의자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다. ”
“보수주의자는 진보 그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좋은 사회가 되려면 변화는 필수라고 보수주의자는 생각한다. 인간의 신체가 끊임없이 낡은 세포를 버리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듯 정치체제 역시 때로는 낡은 방법을 버리고 유익한 혁신을 채택해야 한다. 스스로를 새롭게 하길 멈추는 생명체는 이미 죽어가길 시작한 셈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그 생명체가 건강하다면 변화는 정규적인 방법으로, 또 그 생명체의 형태와 본성에 조화로운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변화는 숙주를 잡아먹는 암처럼 괴기스럽게 성장해 간다. 보수주의자는 사회의 구성요소 전체가 전적으로 낡거나 전적으로 새롭지 않도록 신경 쓴다. 우리의 육체를 보존하는 방법이 그러하듯 이는 사회를 보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
“공화국이란 단어는 정치적 형태로 표현된 공공의 사안, 공동체, 전반적 복지 등을 의미한다. 공화국이라는 개념은 미국 보수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
“현재 보수주의자는 자유를 보존하는데 특히나 예민하다. 지금 우리는 물질적 빈곤이나 무질서의 혼란에서 야기되는 즉각적 위험에 처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정말 인간 이하의 존재로 만들어버릴지 모르는 ‘자유의 상실’ 상태가 거의 임박했다는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
[저자 소개 - yes24 ] 러셀 커크 Russell Kirk
사상가, 비평가, 수필가, 편집자, 소설가이다. 『The Roots of American Order(미국 질서의 뿌리)』, 『America’s British Culture(미국 안의 영국 문화)』, 『The Politics of Prudence(사려 깊은 정치)』, 『Eliot and His Age(엘리엇과 그의 시대)』, 『Enemies of the Permanent Things(영원한 것들의 적들)』, 『Edmund Burke(에드먼드 버크)』, 『Redeeming the Time(세월 아끼기)』, 『John Randolph of Roanoke(로아노크의 존 랜돌프)』 등 역사와 철학에 대한 책 26권과 6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그의 자서전 『The Sword of Imagination(상상력이라는 칼)』은 사후에 발간되었다. 12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Presidential Citizens Medal을 비롯한 많은 상들을 받았다. 1995년 러셀 커크 센터가 미시간 주 메코스타에 설립되어, “지켜야 할 영원한 것들”을 보존하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을 계승하고 있다.
https://live-love-learn.tistory.com/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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