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뉴스와 소셜 미디어에서 종종 무지성적이고, 끊임없는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나, 화를 내는 누군가를 마주하곤 한다. 때로는 끔찍한 범죄의 형태로 그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하는 이러한 분노는 종종 사회적 조건이 개선될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많이 인용되는 것이 바로 "토크빌 효과"이다.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처음으로 설명한 이 현상은 사람들이 발전된 현대 사회에서 이전보다 사회적 불만이 더 커지는 역설적인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토크빌 효과란 무엇인가?
토크빌 효과는 사회적 조건과 기회가 개선될수록, 특히 평등이 증대될수록, 사람들의 사회적 불만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토크빌은 그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1840)와 <구체제와 프랑스혁명>(1856)에서 미국 사회를 관찰하며 이러한 현상을 발견하고 설명하였는데, 그는 "특권에 대한 증오가 특권이 줄어들수록 증가한다"라고 지적하며, 평등이 증가할수록 남아 있는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더욱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The hatred which men bear to privilege increases in proportion as privileges become more scarce and less considerable, so that democratic passions would seem to burn most fiercely at the very time when they have least fuel. I have already given the reason of this phenomenon. When all conditions are unequal, no inequality is so great as to offend the eye; whereas the slightest dissimilarity is odious in the midst of general uniformity: the more complete is this uniformity, the more insupportable does the sight of such a difference become. Hence it is natural that the love of equality should constantly increase together with equality itself, and that it should grow by what it feeds upon. This never-dying, ever- kindling hatred, which sets a democratic people against the smallest privileges, is peculiarly favorable to the gradual concentration of all political rights in the hands of the representative of the State alone. The sovereign, being necessarily and incontestably above all the citizens, excites not their envy, and each of them thinks that he strips his equals of the prerogative which he concedes to the crown. The man of a democratic age is extremely reluctant to obey his neighbor who is his equal; he refuses to acknowledge in such a person ability superior to his own; he mistrusts his justice, and is jealous of his power; he fears and he contemns him; and he loves continually to remind him of the common dependence in which both of them stand to the same master. Every central power which follows its natural tendencies courts and encourages the principle of equality; for equality singularly facilitates, extends, and secures the influence of a central power.
Democracy In America Alexis De Tocqueville
Book Four – Chapters I-IV.
Influence Of Democratic Opinions On Political Society
토크빌이 평등사회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보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물질지향적 개인주의가 ‘다수의 전제(專制)’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가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과 사례
토크빌은 프랑스혁명과 미국 혁명을 통해 이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혁명이 나쁜 정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나은 정권을 무너뜨렸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현상은 최근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에는 홍콩, 레바논, 이란, 이라크 등에서 대규모 대중 시위가 일어났고, 수단에서는 대규모 민중시위로 독재 정권이 무너졌으며, 알제리에서는 300만 명의 시위가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발전된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도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파리에서 사회 혼란을 가져 올정도의 시위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티와 칠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다양한 국가에서 대규모 봉기와 시위가 벌어지고, 사회 경제적으로 발전되었다고 평가되는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국가인 칠레에서도 120만 명이 10월 25일 산티아고 거리로 나서는 등 다양한 국가에서 나타나는 사례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다양한 시위의 원인은 분명 하나는 아닐 것이다.
많은 경우 권위주의에 대한 반항 또는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불공정성과 같은 것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를 이끌어가고 있는 다양한 지도자들과 행정부의 부정부패도 이러한 정부에 대한 혐오의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는 토크빌이 말한 것처럼 불완전한 진보가 새로운 사회적 불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생각들....
현대 사회에서도 토크빌 효과는 여러 방식으로 나타난다. 최근 몇 년간의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들고 중산층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불만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더 쉽게 접근하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적 불만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불만은 단순히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활이 개선됨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평등을 기대하게 된다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중산층 성장과 경제적 개선이 오히려 사회적 불만과 시위를 촉발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사회도 매우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70년대, 80년대의 민주화를 겪으며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경제발전이 가져온 사회경제적 진보는 우리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은 감소시켰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육에 대한 접근성은 좋아졌으며, 평균 임금은 더 높아지는 등 사회적 조건과 기회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경제적 발전과 함께 나타난 양극화 현상과 부정부패, 불공정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가져오고 있다.
역사에서 특정 구조나 정책은 종종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기대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현실에서는 실험실이나, 사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원인과 결과와 같은 이론적 현상은 나타나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성장에는 다양한 구조적 변화와 함께 정책적 결과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의 역설로 대두되는 억압구조와, 양극화의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갖는 사회 통합능력을 시험대에 올려놓게 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부지런해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개천에서 용 난다"
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부지런해져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양극화가 심해진 사회에서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거나,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할 경우,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급격한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AI는 부의 한 극단에 있는 저소득층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제 공정성과 평등은 우리사회의 주된 이슈가 되었다. 최근에 나타난 프랑스 연금 개혁이나 우리나라 연금 개혁과 같은 국가적 정책들에 대한 부분이나, 정치인이나 행정부에 소속된 다양한 지도자들의 불공정성과 부정부패들 또한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토크빌은 좋은 경향을 붇돋우고, 나쁜 경향을 최대한 억제하면, 평등사회가 직면한 위험을 이겨내고, 자유와 민주주의 이 두 가지 모두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는 국가가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또는자유와 민주주의가 평등을 위해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탐구해봐야 한다.
모두의 평등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선이 무엇인지
단순한 경제적 개선뿐만 아니라
공정성과 평등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접근이 무엇인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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